선천성 부신증식증은 태어날 때부터 부신피질에서 호르몬을 생성하는 효소에 이상이 생겨 부신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는 유전질환입니다. 부신은 우리 몸의 생존에 필수적인 호르몬(코르티솔, 알도스테론 등)을 만드는 내분비기관으로, 선천성 부신증식증이 있을 경우 이들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생성되지 않고, 그 대신 안드로겐(남성호르몬)이 과다하게 생성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약 15,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조기 진단과 치료가 늦을 경우 성기 이상, 성장 장애, 생식 기능 문제뿐 아니라 심각한 경우 부신위기(adrenal crisis)로 이어질 수 있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1. 주요 증상
여아의 경우
선천성 부신증식증을 가진 여아는 출생 시 외부 생식기의 음핵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남성의 성기와 유사한 형태를 띠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염색체는 XX형(여성)이지만 외형상 남성처럼 보이기 때문에 성별 착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성기 외형만 변형되어 있을 뿐 자궁, 난소 등 내부 생식기는 여성의 구조를 그대로 지닙니다.
남아의 경우
남아의 경우 출생 시 성기의 외형은 정상이지만, 부신에서 안드로겐이 과다 분비되어 성조숙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빠른 신체 성장, 변성된 목소리, 겨드랑이 털 발달, 여드름, 정서 불안 등을 포함합니다. 조로증처럼 성장판이 빨리 닫히기 때문에 최종 성인이 되었을 때 키가 작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원인
대부분의 선천성 부신증식증은 21-하이드록실레이스(21-hydroxylase) 효소의 결핍에 의해 발생하며, 이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으로 부모가 각각 유전자 이상을 가지고 있을 때 자녀에게서 발현됩니다.
이 외에도 11-β-하이드록실레이스, 17-α-하이드록실레이스, 스타르 프로틴 결핍 등 다양한 유전적 이상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모든 경우에 있어서 호르몬 합성 경로가 차단되면서 안드로겐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공통된 특징을 보입니다.
3. 진단 방법
신생아 선별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을 통해 17-하이드록시프로게스테론과 같은 호르몬 농도를 측정하며, 이상 수치가 나타날 경우 유전자 검사로 확진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단이 이뤄집니다:
- 출생 직후 혈액검사: 호르몬 수치 측정
- 유전자 검사: 효소 결핍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확인
- 산전 진단:
- 임신 1기: 융모막 검사로 유전자 분석
- 임신 2기: 양수 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 확인
조기에 진단이 가능할 경우 성별 결정, 출생 후 성기 수술 여부, 호르몬 치료 계획 등을 조율할 수 있어 삶의 질 향상과 합병증 예방에 매우 중요합니다.
4. 치료 및 관리
조기 성별 확인과 성기 수술
조기에 진단되면 신생아 시기부터 유전적 성별을 명확히 파악하고, 필요 시 성기 교정 수술을 시행하여 외부 생식기의 모양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이는 성별 정체성과 사회적 인식에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여성 환자 치료
- 호르몬 이상을 조절하기 위해 코르티코스테로이드 투여
- 정상적인 생리 주기 회복 가능, 임신도 가능
- 성기 이상이 있는 경우 조기 수술로 외형 개선
남성 환자 치료
- 안드로겐 억제제 투여를 통해 과도한 호르몬 억제
- 성조숙증 방지 및 정상적인 고환 발달 유도
- 정자 생성 정상화 및 생식기능 보호
장기적인 관리
- 호르몬 수치 정기 모니터링 (특히 스트레스 상황 시 스테로이드 증량)
- 성장 추적 관찰 및 뼈 나이 평가
- 사춘기 이후 생식 기능 유지 여부 확인
5. 유전상담의 중요성
선천성 부신증식증은 유전 질환이므로 가족 중 해당 질환자가 있을 경우 유전상담 필수입니다. 부모 모두가 보인자일 경우 자녀가 발병할 확률은 25%입니다. 유전상담을 통해 산전 진단 여부, 자녀의 유전자 이상 가능성을 미리 확인하고 계획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선천성 부신증식증은 조기 진단과 치료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안드로겐 과다로 인한 성장 문제, 성기 변형, 성 정체성 혼란 등을 방지하려면 출생 전후 정밀 진단과 꾸준한 호르몬 치료가 필요합니다.
정확한 진단, 주기적인 치료, 부모의 인식이 어우러질 때 환아는 정상적인 성 발달과 사회생활이 가능합니다. 유전성 질환이므로 해당 질환자 가족은 반드시 전문 유전상담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