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적 혈소판결손의 원인 3가지 (증상, 진단, 치료)
혈소판은 우리 몸의 지혈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세포로, 혈관이 손상되었을 때 신속하게 반응해 혈액 응고와 지혈을 유도합니다. 그런데 혈소판 수치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지혈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바로 정성적 혈소판결손(Qualitative Platelet Defects)이라는 질환일 수 있습니다.
정성적 혈소판결손은 혈소판의 양이 아니라 기능에 문제가 있는 상태로, 이로 인해 출혈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거나 빈번하게 발생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이 질환은 혈소판의 기능 장애로 인해 혈관 내 출혈 부위에서 정상적인 응고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환자에 따라 출혈 양상과 빈도가 다르게 나타나며, 심할 경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정성적 혈소판결손의 분류
정성적 혈소판결손은 혈소판의 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단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1. 혈소판 부착장애
혈관이 손상되었을 때, 혈소판은 그 부위에 먼저 ‘붙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부착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혈소판은 출혈 부위에 도달하더라도 고정되지 않아 지혈이 어렵습니다. 대표 질환은 폰빌레브란트병(VWD)과 Bernard-Soulier 증후군이 있습니다.
폰빌레브란트병은 VWF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며, 폰빌레브란트 인자는 손상된 혈관 내피에 혈소판이 부착할 수 있도록 돕는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이 인자가 부족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작용하면 혈소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출혈이 지속됩니다.
2. 혈소판 응집장애
혈소판이 부착된 이후에는 다른 혈소판들과 함께 뭉쳐 혈전을 형성해야 합니다. 이 응집 단계에 문제가 생기면 혈전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아 출혈이 멈추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질환은 Glanzmann 혈소판무력증입니다.
Glanzmann 혈소판무력증은 GPIIb/IIIa 단백 복합체의 결핍이나 기능 이상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 복합체는 혈소판 사이를 연결하는 데 필수적인 섬유소원과 결합하는 데 사용되며, 결함이 생기면 응집이 되지 않아 출혈 경향이 나타납니다.
3. 혈소판 분비장애
혈소판이 부착하고 응집한 뒤에는 내부 과립에서 다양한 지혈 관련 물질을 분비해 다른 혈소판이나 응고 인자를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이 분비 단계에 문제가 생기면 지혈 반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질환은 α-저장풀병, δ-저장풀병이 있습니다.
이 장애는 과립 자체의 부족 또는 분비 기전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며, 환자는 경미한 출혈부터 심각한 내출혈까지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주요 증상
정성적 혈소판결손의 증상은 다양하며, 영유아기부터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전문 진료가 필요합니다.
- 잦은 코피(비출혈) 또는 잇몸 출혈
- 가벼운 접촉에도 쉽게 멍이 생김
- 여성의 경우 과도한 월경 출혈
- 수술, 외상, 출산 후 지혈이 늦고 과다출혈이 발생
- 위장관 출혈, 혈변 또는 소변에서 혈액 확인
- 유아의 경우 발병 시 잦은 멍과 장난감 부딪힘 후 출혈
이러한 증상은 심할 경우 수혈이 필요한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합니다.
진단 방법
정성적 혈소판결손은 일반 혈액검사만으로는 확인이 어렵습니다. 혈소판 수치는 정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전문적인 기능 검사가 요구됩니다.
- 출혈 시간 측정: 출혈이 멈출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하여 지혈 능력 평가
- PFA-100 closure time: 혈소판의 부착 및 응집 반응을 자동 분석
- 혈소판 응집반응 검사: ADP, 콜라겐, 리스테틴 등 자극제에 대한 반응 확인
- 전자현미경을 통한 과립 관찰: α, δ-저장풀병 여부 파악
- 유전자 검사: 가족력이 의심되는 경우 유전적 원인 분석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의 출혈 이력, 가족력, 소아기부터의 병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치료 방법
정성적 혈소판결손은 증상과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집니다. 치료의 목적은 출혈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1. 경증 출혈
데스모프레신(Desmopressin)을 통해 일시적으로 혈소판 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폰빌레브란트병의 일부 환자에게 유용합니다.
2. 중등도 이상의 출혈
혈소판 수혈을 통해 출혈을 막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인 수혈은 항체 형성을 유도해 효과가 감소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3. 재조합 인자 투여
혈소판 수혈로도 효과가 부족할 경우, 재조합 응고인자 VIIa를 사용해 지혈 작용을 보조합니다. 응급 상황이나 내과적 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출혈 시 사용됩니다.
4. 조혈모세포 이식
근본적 치료로 조혈모세포 이식이 고려될 수 있으며, 심각한 유전성 혈소판기능장애 환자에게 시행됩니다.
마무리
정성적 혈소판결손은 출혈 경향이 있으면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지기 쉽습니다. 특히 소아기부터 잦은 출혈이나 멍이 자주 생긴다면 단순한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혈액질환 전문의와의 상담이 꼭 필요합니다.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출혈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유전적 소인이 강한 질환인 만큼, 가족력 확인과 조기 검사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