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병(Wilson's disease)은 체내 구리 대사 과정에 이상이 생겨 구리가 간과 뇌의 기저핵 등 주요 장기에 과도하게 축적되는 희귀 유전 질환입니다. 우리 몸은 음식물을 통해 구리를 섭취하고 필요량 이상의 구리는 배출하지만, 윌슨병 환자의 경우 이러한 구리 배설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여 체내에 구리가 쌓이게 됩니다. 이는 결국 다양한 장기 손상과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 윌슨병의 주요 증상
윌슨병의 증상은 구리 축적 부위와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주로 간과 신경계통에서 증상이 발현되지만, 눈에도 특징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간 관련 증상: 황달(피부 및 눈 흰자 노랗게 변색), 복부 팽만(체액 축적), 토혈(위/식도 출혈), 복통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만성 간염, 간경화, 급성 간부전 등 다양한 간 질환의 형태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 신경학적 증상: 진전(떨림), 걷고 말하고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운동 실조, 언어 장애, 보행 장애, 근육 경직, 디스토니아(근육 긴장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인지 기능 저하, 우울증, 불안, 정신병 등 정신과적 증상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 눈 관련 증상: 각막의 테두리를 따라 황록색 또는 갈색의 특이한 고리 모양이 나타나는 카이저-플라이셔(Kayser-Fleischer) 각막환이 특징입니다. 이는 신경 증상이 있는 윌슨병 환자의 거의 대부분에서 관찰되는 중요한 진단 지표입니다.
2. 윌슨병의 원인
윌슨병은 ATP7B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입니다. 이는 부모 양쪽으로부터 돌연변이 유전자를 하나씩 물려받았을 때만 질병이 발현된다는 의미입니다. ATP7B 유전자는 구리의 흡수, 운반 및 배설에 관여하는 ATP7B 효소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효소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체내에 흡수된 과도한 구리를 담즙으로 배설하지 못하고 간, 뇌, 눈 등 여러 장기에 축적하게 됩니다.
3. 윌슨병의 진단
윌슨병 진단은 임상적 증상과 여러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이루어집니다.
- 임상 증상 확인: 황달, 복부 팽만, 신경학적 증상, 카이저-플라이셔 각막환 등 특징적인 증상 유무를 확인합니다.
- 혈액 검사: 혈청 세룰로플라스민 수치(낮게 나타남), 혈청 구리 수치, 간 기능 검사 등을 진행합니다.
- 소변 검사: 24시간 소변 구리 배설량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이 중요한 진단 지표입니다.
- 눈 검사: 세극등 현미경 검사를 통해 카이저-플라이셔 각막환의 유무를 확인합니다.
- 유전자 검사: ATP7B 유전자 돌연변이 유무를 확인하여 확진합니다.
- 간 조직 검사: 간에 축적된 구리 양과 간 손상 정도를 직접 확인합니다.
4. 윌슨병의 치료 및 관리
윌슨병은 조기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평생 지속하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치료의 목표는 체내 축적된 구리를 제거하고, 추가 축적을 막아 장기 손상을 예방하며 증상을 완화하는 것입니다.
- 약물 요법:
- 구리 제거제 (킬레이트제): 페니실라민(Penicillamine)이나 트리엔틴(Trientine)과 같은 약물이 체내 구리를 소변으로 배설하도록 돕습니다. 이 약물은 평생 복용해야 하며, 중단 시 심각한 비가역적 간 및 신경 손상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 구리 흡수 억제제: 아연(Zinc) 제제는 장에서 구리 흡수를 방해하여 구리 축적을 막습니다.
- 식이 요법:구리가 많이 함유된 음식 섭취를 제한해야 합니다. 하루 구리 섭취량을 1mg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권장됩니다.전문 영양사와 상담하여 개인별 맞춤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제한해야 할 음식: 버섯, 코코아, 간, 어패류(특히 굴, 조개), 견과류, 초콜릿, 말린 과일, 바나나, 토마토, 포도, 땅콩, 밤, 감자 등.
- 간 이식: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간부전이 진행되거나 생명이 위협받는 경우, 간 이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윌슨병의 유일한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습니다.
윌슨병은 조기에 진단하고 평생 꾸준히 관리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지체 없이 전문의와 상담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